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처음 삼각함수를 배울 때 드는 의문점이 있다. 왜 삼각함수의 특수각은 0, 30, 45, 60, 90도 밖에 안 알려주는 것일까? 정말로 다른 각도들에 대해서는 너무 어려운 삼각비가 나오거나, 혹은 간단한 삼각비가 나오는 각도들은 모두 복잡한 것일까? 각도와 삼각비가 동시에 간단한 경우는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것처럼 몇 안 되는 것 인지, 본 게시물에서 밝혀보겠다.
1. 삼각함수 특수각의 정의
나는 삼각함수의 특수각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다.
정의 1.1 (특수각) 정수 n,m,p,q에 대해 아래를 만족하는 각도 mπn를 특수각으로 정의한다.
sin2(mπn)=qp
즉, 평각의 유리수 배 각도의 사인 함수의 제곱이 유리수가 되는 경우를 특수각이라고 정의하였다.
이는 충분히 확장적인 정의이다. 왜냐하면 sin2x+cos2x=1 이므로 코사인에 대해서도 필요충분조건으로 성립하며, tanx=sinxcosx 이므로 탄젠트도 마찬가지이다. 또한, 우리가 아는 특수각도 모두 π6,π4,π3,π2로 모두 정의에 부합한다.
2. 삼각함수의 배각 공식 일반화
삼각함수의 덧셈 정리라고하면 sin(x+y)=sinxcosy+cosxsiny, cos(x+y)=cosxcosy−sinxsiny 가 있다. 이를 통해 흔히 배각 공식이라고 하는 sin(2x)=2sinxcosx, cos(2x)=cos2x−sin2x가 유도된다.
일반화하여 sin(nx), cos(nx) 또한 sinx와 cosx의 항으로 표현할 수 있다.
정리 2.1 모든 자연수 n에 대해 다음이 성립한다.
sin(nx)=2r+1≤n∑r=0(−1)r(n2r+1)cosn−2r−1x⋅sin2r+1xcos(nx)=2r≤n∑r=0(−1)r(n2r)cosn−2rx⋅sin2rx
(증명) n에 대한 귀납법을 쓰면 sin(nx+x),cos(nx+x)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증명할 수 있다.
놀라운 사실은 cos과 sin이 모두 제곱 간격으로 항이 분리된다는 것이다. 이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점을 시사해준다.
정리 2.2 만약 x가 특수각이라면, 임의의 정수 m에 대해, mx도 특수각이다.
(증명) sin2x=qp이라면, sin(mx)는 다음 항목들의 곱으로 인수분해된다.
- sin2x와 cos2x(=1−qp)으로 구성된 다항식
- sinx
- (m이 짝수인 경우만) cosx
(1), (2), (3) 부분 모두 제곱하면 유리수이므로, sin2(mx)는 유리수이다.
3. 삼각함수와 특성방정식
이를 특성방정식이라 칭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.. sin2(mπn)≜α에 대한 일반 배각 공식을 통해 하나의 등식을 세울 수 있다.
sin(n⋅mπn)=2r+1≤n∑r=0(−1)r(n2r+1)cosn−2r−1(mπn)⋅sin2r+1(mπn)=0
n이 홀수인 경우와 짝수인 경우를 나누면 상세히 전개 가능하다.
(1) n이 홀수인 경우 (n=2k+1)
0=2r+1≤n∑r=0(−1)r(n2r+1)cosn−2r−1(mπn)⋅sin2r+1(mπn)=sin(mπn)⋅k∑r=0(−1)r(n2r+1)cos2k−2r(mπn)⋅sin2r(mπn)=sin(mπn)⋅k∑r=0(−1)r(n2r+1)(1−α)k−rαr
(2) n이 짝수인 경우 (n=2k)
0=2r+1≤n∑r=0(−1)r(n2r+1)cosn−2r−1(mπn)⋅sin2r+1(mπn)=sin(mπn)⋅cos(mπn)⋅k−1∑r=0(−1)r(n2r+1)cos2k−2r−2(mπn)⋅sin2r(mπn)=sin(mπn)⋅cos(mπn)⋅k−1∑r=0(−1)r(n2r+1)(1−α)k−1−rαr
이 특성방정식을 세운 목적은 삼각비 α의 해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기 위함이다. sinmπn 혹은 cosmπn이 0이 되는 자명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n의 홀짝성에 상관없이 아래 방정식을 얻어낼 수 있다. (u는 대충 n/2 정도 되는 자연수이다.)
(n1)(1−α)uα0−(n3)(1−α)u−1α1+(n5)(1−α)u−2α2−⋯=0
이에 대한 유리근 α가, sin2π6,sin2π4,sin2π3,sin2π2(=14,12,34,1) 이외에도 존재한다면 우리가 모르는 특수각이 하나 이상 있다는 것이다!
4. 또 다른 특수각은 없다
3절에서 마무리한 등식의 양변을 (1−α)u으로 나누고 t≜αα−1으로 두면, 아래와 같은 등식이 성립한다.
fn(t)≜(n1)t0+(n3)t1+(n5)t2+⋯=0
α가 유리수인 조건과 t가 유리수인 조건은 필요충분조건으로 연결되어있다. 즉, 위 t에 대한 방정식 fn(t)=0에서 t의 유리수 근의 존재성이 특수각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.
n이 홀수인 경우 위 식의 최고차항(t(n−1)/2)의 계수는 (nn)=1이고, 상수항(t0)의 계수는 (n1)=n이다. 유리근 정리에 의해 유리근 t는 n의 약수밖에 될 수 없다! 애초에 t는 양수가 될 수 없으므로 음의 약수들만 근으로 고려해보면 된다. 또한, t=−1인 경우는 α=12, 즉 우리가 이미 알고있는 특수각 π4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고려하지 않겠다.
정리 4.1 p≥5인 소수 p와, 그와 서로소인 정수 q에 대해, qπp는 특수각이 될 수 없다.
(증명) 위에서 밝인 사실에 의해 t=−p에 대해서 등식 fp(t)=0이 성립하지 않음을 증명하면 충분하다.
정수 x에 대해, kp(x)≜max로 정의하자. k_p(p!) = 1이고, x < p인 자연수 x에 대해 k_p(x!) = 0이다.
k_p\left(\binom{p}{1} (-p)^0 \right) = 1이고, 모든 r \geq 1에 대해 k_p \left(\binom{p}{2r+1} (-p)^r\right) \geq 2이다. 따라서 f_p(-p)는 p^2으로 나누어떨어지지 않는다. 그러므로 f_p(-p) \neq 0이고, t =-1 이외의 유리근을 가지지 않는다.
따름정리 4.2 \frac{m\pi}{n}이 특수각이라면 n의 소인수는 2 혹은 3 밖에 없다.
(증명) 정리 2.2와 정리 4.1으로 유도된다.
k_8, k_9, k_{12}가 각각 8, 9, 12와 서로소인 정수일 때, \sin^2 \frac{k_8\pi}{8}, \sin^2 \frac{k_9\pi}{9}, \sin^2 \frac{k_{12}\pi}{12}는 모두 특수각이 아니다. 오직 2와 3만을 소인수로 가지는 임의의 자연수 n은 1, 2, 3, 4, 6을 제외한다면 모두 8, 9, 12 중 적어도 하나의 배수이다. 그러므로 더 이상의 특수각은 존재하지 않는다.
수학은 위대하고 간결하고 아름답다. 삼각함수와 유리수 두 개념은 동떨어져보이지만, 제법 아름다운 연결점을 발견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.
앞으로 삼각비를 처음 접하는 호기심 가득한 꿈나무들이 같은 질문을 했을 때, '그냥 외워라'는 대답보다는 이 글이 좀 더 원론적이고 적절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.
부록. 남은 증명들
정리 A.1 k_9이 9와 서로소인 정수일 때, \sin^2 \frac{k_9 \pi}{9}는 무리수이다.
\sin^2 \frac{k_9 \pi}{9}가 유리수라면 방정식 f_9(x) = 0의 근도 유리수이다.
f_9(x) = 9 + 84x + 126x^2 + 36x^3 + x^4 = 0
인데, 유리근 정리에 의해 \pm 1, \pm 9 이외의 유리근을 가질 수 없다. 모두 근이 아니므로 \sin^2 \frac{k_9 \pi}{9}는 무리수이다.
정리 A.2 k_8, k_{12}가 각각 8, 12와 서로소인 정수일 때, \sin^2 \frac{k_8 \pi}{8}과 \sin^2 \frac{k_{12}\pi}{12}는 무리수이다.
(증명) 반각 공식을 이용하여 하나씩 모두 계산해보면 제곱해도 유리화가 안 되는 루트가 있는 값이 나온다.